우연히 '메모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저자는 독서>노트작성을 통한 생각정리>블로그 글쓰기를 통해 정보를 지식으로 전환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었고 이것이 인생을 변화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었다고 한다. 자기계발서를 읽다보면 어떤 저자들은 "이렇게 하면 당신도 성공할 수 있다. 노력하라. 나를 따르라."라는 다소 선구자적 포지션에서 메시지를 던진다. 읽을 때는 불끈하게 만들지만… 그대로 실천하기란 절대 쉽지 않다. 시간이 흘러도 나는 그닥 변화하지 못했다. 자기계발을 위해 책을 읽었지만 결국 자존감만 떨어졌다.
하지만 '메모 습관의 힘'은 달랐다. 저자는 2년간 노트쓰기를 실행하면서 본인이 변화하고 성장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거부감없이 읽혔고 "그렇다면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실행을 해봤다. 없는 글재주야 어쩌겠는가만은 어쨌거나 무언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는 대체로 성공적인 듯 하다. 이렇게 생애 최초로 블로그를 만들고 포스팅이란걸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약간 곤란한 점이 있었으니...
저자는 기본적으로 노트 한 권에 모든 자료를 정리한다고 한다. 자료정리에 시간을 쓰기보다 단순한 것이 더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다시 넘기다보면 노트 자체가 아이디어의 충돌이 일어나는 훌륭한 창의성 도구가 된다는 이유다. 심플하다. 충분히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나에겐 문제가 있었다.
나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어이없어서 비웃는 거 안다. 물론 글씨를 잘 못쓴다고 해도 기록하는데 별 지장은 없다. 다만 내가 쓴 글씨를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기록만 해놓고 꺼내 읽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수기로 작성한 노트가 저자에게는 아이디어 충돌의 도구라지만 나에게는 스트레스의 재발견일 뿐이다. 결국 수기 작성은 포기하고 디지털 노트앱을 찾아보기로 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고 좋은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악필에다가 서툴디 서툰 초보목수다. 좋은 붓과 연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게 맞는 것이어야 한다. 위 책의 필자는 수기노트와 에버노트를 주로 사용한다기에 처음엔 나도 역시 에버노트를 쓰려고 했다. 그런데 에버노트에 대한 것들을 검색하다보니 그외에도 많은 노트앱, 메모앱들이 있었다. 추리고 추려서 원노트, 에버노트, 노션 이렇게 3개의 후보로 압축했으나 기본적으로 팔랑귀에 중증 선택장애가 있는 나는 결정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사용하려는 용도와 기능을 고려해서 다음과 같은 선택 기준을 정했다.
현재로서는 데스크탑과 스마트폰(안드로이드)만 사용하기에 크게 상관이 없지만 앞일을 어찌 알겠는가? 태블릿이나 맥북을 쓰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그럴 돈도 없다는 게 팩트지만… 어쨌거나 윈도우든 안드로이드든 ios든 어디서나 사용가능해야 한다. 그렇다는 건 동기화 역시 필수조건이다. 원노트, 에버노트, 노션 모두 기본적으로 이 조건은 충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검색하다보니 동기화 속도나 오류에 대한 불만들도 제법 있었다. 노션은 후발주자라 아직 동기화가 원활한 건지 상대적으로 불만이 적었으나 원노트와 에버노트 사용자들의 불만 1위가 바로 동기화 문제였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어떤 노트앱을 사용하든 저장된 데이터가 많아지고 동기화되는 파일의 크기가 커질수록 동기화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본다. 클라우드 기술과 데이터 전송기술이 발전하면서 좋아지긴 하겠지만 결국 사용자 스스로의 관리와 최적화에 대한 노력이 어느 정도는 필요할 것이고 현재로서는 원노트, 에버노트, 노션 모두 훌륭한 노트앱이라고 생각된다.
원노트, 에버노트, 노션 모두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에버노트는 무료 사용시 용량이 너무 짜다. 텍스트로만 작성한다면 충분한 용량이겠지만 제대로 기록관리를 하려는 사용자라면 이미지나 pdf도 첨부할테고 그렇다면 60mb는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사용가능 기기의 수를 2대로 제한했다. Pc 1대, 스마트폰 1대면 끝이다.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추가로 사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집과 사무실에서 각각 다른 pc를 사용한다면 그것만으로 끝이다.
반면 원노트는 상대적으로 넉넉하다. 기능에 있어서도 무료와 유료는 본질적으로 오프라인 저장이 가능한가 아닌가의 차이 뿐이다.
노션은… 사실 앞의 두 앱과 인터페이스나 사용방법이 너무 달라서 일괄적으로 기준을 적용하기는 힘들다. 다만 1,000블럭은 에버노트의 60mb보다 적게 느껴진다. 또한 온라인 기반이라 오프라인인 경우 사용이 어렵다는 점은 알뜰폰과 와이파이를 주로 사용하는 내 경우에는 치명적이다. 이에 대해 약간의 부연설명이 필요할 듯 하다. 노션은 기본적으로 오프라인(디바이스 자체)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능이 없다. 디바이스에는 캐시만 있을 뿐이며 인터넷 연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아예 로그인조차(당연하겠지만) 불가능하다. 다만 이미 열어두었던 특정 페이지에서는 오프라인 작업후 인터넷 연결시 추후 동기화는 가능한 것 같다. 음... 뭔가 어정쩡하다. 되는 것도 아니고 안되는 것도 아닌데... 내 경우에는 오프라인 상황(와이파이가 없는 곳에서 스마트폰으로 이전 기록을 확인하는 경우등)에서 수정, 추가는 불가능하더라도 뷰어정도의 기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로그인이 안되니 아예 뷰어로도 쓸 수 없다면... 아쉽지만 사용불가다. 사실 기능도 디자인도 신기방기하고 요즘 핫한 서비스라 관심을 가졌었는데... 아닌건 아닌거다.
유료 사용시 (개인 사용자의 경우이며 팀용, 기업용은 제외)
일단 유료에서도 오프라인 사용불가인 노션은 아쉽게도 고려대상에서 제외한다. 각자 사용환경이 다르니 노션이라는 앱의 문제라기 보다는 나와의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에버노트는 유료로 사용한다면 모든 기능을 무제한으로 사용가능하다. 월 10gb 업로드 제한은 사실상 동영상 저장용이 아니라면 무제한에 가깝다. 원노트는 용량 100gb추가시 월 2,710원이다. 용량에 대한 단순비교는 좀 어렵지만 유료로 사용하려 한다면 오피스365를 구독하는 것이 낫다. 에버노트와 비교해 볼때 월 3,000원이 안되는 추가비용으로 오피스 정품을 풀패키지로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1tb의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게다가 아르헨티나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에버노트 프리미엄을 구매하는 방법은 이미 막혀버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듯 하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꿀팁 하나!!! 대학생이라면 에버노트는 50% 할인, 노션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어떻게 하냐고? 검색하면 다 나온다. 그런데 MS는 초,중,고,대학생과 교사, 교직원이라면 오피스365 에듀버전이 무료다. 에듀버전이라고 기능이 적다거나 그런 건 없다. 완전 혜자다. 모든 학생에게 무료라면 학부형들도 어떻게든(자녀계정으로라도) 기회가 있다는 거다. 생각해보자. 본인이 초,중,고,대학생이거나 또는 그 학부형, 그것도 아니면 교사 또는 교직원인 경우의 수는 어쩌면 전 국민의 50%,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손자, 손녀 계정으로 조부모도 사용한다면... MS... so sorry. I'm not sorry.
위에서 언급했던 '메모습관의 힘'의 저자는 가급적 하나의 도구에서 모든 기록과 자료를 관리하는 것을 권했다. 물론 동의한다. 일정관리, 다이어리, 독서노트, 자료수집과 정리등을 각각 다른 도구를 이용해야 한다면 관리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할 때 엄청나게 비효율적이다. 에버노트나 원노트나 이 점에 있어서는 모두 만족스럽다. 하지만 워드, 엑셀, 아웃룩등 오피스와 연계하여 생각한다면 원노트가 좀 더 기능면에서 앞서지 않을까 싶다.
너무나도 당연한 기준이라 생각도 하지 않고 넘어가기 쉽지만 사실 무척 중요한 점이다. 모든 자료와 기록이 하나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들어있는데 서비스가 종료된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물론 쉽게 발생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일도 아니다. 구글이든 네이버든 검색창에 '어플 서비스 종료'라고 검색해보면 생각보다 적지않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에버노트도 많은 사용자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에버노트의 정책이 점점 개인사용자보다 보다 수익성이 좋은 기업사용자 친화적으로 변해간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사용자들도 많다. 에버노트 서비스가 종료되는 일이 쉽게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이 점에서 만큼은 MS에 가산점을 주고 싶다. 3차대전 정도가 아니면 MS가 문닫을 일은 없지 않을까? 원노트 서비스가 종료된다면 이미 발전된 서비스를 준비해 둔 다음일 것이고 기존 원노트 사용자들은 쉽게 옮겨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까지 나름대로 노트앱 선택시 고려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가지고 검색과 생각을 거듭한 결과 최종적으로는 원노트로 결정했고 현재 사용중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기준은 나에게 중요한 것일뿐 사용자마다 우선 순위나 선호가 다를 수 밖에 없다. 혹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가 있다면 한번쯤 참고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해서 포스팅으로 남겨본다.
그리고 열심히 검색해가며 나름 교차확인을 한다고 했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말해둔다. 사용자들마다 의견이 다른 경우도 많고 검색결과 최상단에 있는 블로그나 웹사이트, 심지어 서비스의 공식사이트에 있는 정보들도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것(불리한 것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을 이 포스팅을 준비하며 알게 되었다. 젠장! 안물안궁인데 이게 왠 사서 고생이냐고.
첫 블로그, 첫 포스팅인데 너무 빡세다. 이래 가지고 기록관리, 정보의 지식화가 지속가능할까 싶다. 이 포스팅 준비와 처음 경험하는 블로그 글쓰기(하필이면 티스토리)에 이틀(퇴근후 두어시간씩)이 걸렸다면... 사실 나도 좀 우습긴 하다. 어쨌거나 좋은 경험이었다. 좋은 경험이란 한 번이면 족한 경험이다. 하지만 어쩌랴. 일단 기록이란 걸 시작해 버렸으니... 그것도 일기장도 아닌 블로그에. 세상의 모든 블로거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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